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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9. 25(목) 한자와 명언 究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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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속뜻사전
작성일25-09-25 08:30 조회8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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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9. 25(목) 

한자와 명언(2209)  

   究 竟

*생각할 구(穴-7, 5급) 

*끝낼 경(立-11, 5급)


순간의 박수갈채를 받기 위한 정책이나 결정이 아니라, 

비록 당장은 인기가 없거나 힘이 들더라도 먼 미래를 위한 올바른 길을 선택하는 것의 중요하다. 

이에 관한 명언을 알아보기 전에 ‘究竟’이란 한자어를 야금야금 알뜰살뜰 살펴보자. 


究자는 ‘구멍의 맨 끝’(the end of a hole)을 이르는 것이었으니

 ‘구멍 혈’(穴)이 의미요소로 발탁됐고, 九(아홉 구)는 발음요소로 뜻과는 무관하다.

 ‘다하다’(be exhausted) ‘골똘히 생각하다’(think over) ‘헤아리다’(consider) 등으로도 쓰인다. 


竟자의 갑골문은 ‘소리 음’(音) 또는 ‘말씀 언’(言)이 ‘사람 인’(亻)과

 결합된 형태를 취하고 있었다. 입으로 퉁소 같은 관악기를 불며 서있는 

모습으로 추정된다. 그래서인지 연주 등을 ‘끝내다’(complete) ‘끝내’(finally) 등으로 쓰인다. 


究竟은 ‘일이나 생각이나 일 따위를 다하여[究] 끝냄[竟]’이 속뜻인데, ‘끝에 가서는’ ‘결국(結局)’ 같은 부사적 의미로 많이 쓰인다. 


맨 앞에서 예고한 명언을 아래에 옮겨 본다. 구양수(1007-1072)가 황제에게 올린 글에서 한 명언이다. 


“한때의 명성에 구애되지 말고, 

 끝없이 이로운 그 무엇을 생각해 내야 한다.”

 不苟一時之譽, 불구일시지예

 思爲利於無窮. 사위리어무궁

  - 歐陽修


● 필자 : 전광진, 성균관대 명예교수  

▶ [추신] 구양수의 명언을 실천한 사례(인공지능, 제미나이)

구양수의 명언, "한때의 명예를 구차하게 구하지 말고, 무궁한 이로움이 될 일을 생각해야 한다"는 원칙을 가장 극적으로 보여주는 인물은 단연 제갈량(諸葛亮)입니다. 그의 여러 행적 중에서도 '읍참마속'과 '북벌'이 가장 대표적인 사례라 할 수 있습니다.


[1] 대표적 사례: 읍참마속(泣斬馬謖) – 원칙을 위한 눈물

가장 상징적인 사건은 바로 읍참마속(泣斬馬謖), 즉 '울면서 마속의 목을 벤' 일입니다.


(1) 상황: 제갈량의 1차 북벌 당시, 전략적 요충지인 **가정(街亭)**을 지키는 중임을 평소 아끼던 마속에게 맡겼습니다. 그러나 마속은 제갈량의 지시를 어기고 자신의 꾀를 믿고 산 위에 진을 쳤다가 위나라 장합(張郃)에게 대패하여, 북벌 전체를 실패로 돌아가게 만들었습니다.


(2) 딜레마: 패배하고 돌아온 마속을 앞에 두고 제갈량은 깊은 고뇌에 빠졌습니다.

   1) 단기적이고 인기 있는 선택 (一時之譽): 마속은 뛰어난 재능을 가졌고, 선주 유비가 임종 시 "마속은 말이 행동을 앞서니 크게 쓰지 말라"고 경고했음에도 제갈량 자신이 중용한 인재였습니다. 그를 살려두는 것은 유능한 참모 하나를 보전하고, 자신의 인재 등용 실패를 어느 정도 덮을 수 있는, 인간적으로는 더 쉬운 길이었습니다.


   2) 장기적이고 어려운 선택 (利於無窮): 그러나 여기서 마속을 용서한다면, 국가의 법과 군대의 기강(軍律)이 무너지게 됩니다. '승상과 친하면 패전해도 용서받을 수 있다'는 인식이 퍼지는 순간, 제갈량이 평생에 걸쳐 세우려 했던 신상필벌(信賞必罰)의 원칙은 뿌리부터 흔들리게 됩니다.


(3) 결단과 논평: 제갈량은 눈물을 머금고 마속을 참형에 처합니다. 이는 단순히 패전에 대한 문책이 아니었습니다. 개인적인 정(情)과 체면이라는 '한때의 명예'를 버리고, '국가 시스템'이라는 '무궁한 이로움'을 선택한 결단이었습니다. 이 사건을 통해 촉한의 군율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적용된다는 대원칙이 확립되었고, 이는 이후의 군사 활동에 보이지 않는 큰 자산이 되었습니다. 제갈량의 눈물은 마속 개인에 대한 슬픔이자, 원칙을 지키기 위해 가장 아끼는 것을 버려야 하는 리더의 고뇌를 보여주는 상징입니다.


[2] 또 다른 사례: 북벌(北伐) – 힘겨운 대의의 길

제갈량이 유비 사후 일곱 차례에 걸쳐 추진한 북벌(北伐) 역시 같은 맥락에서 해석할 수 있습니다.


(1) 상황: 당시 촉한은 익주(益州)라는 험준한 땅에 자리 잡아 안정은 찾았지만, 국력은 위(魏)나라에 비해 절대적으로 열세였습니다.

   1) 단기적이고 인기 있는 선택 (一時之譽): 내부적으로는 국력을 키우고 방어에만 집중하는 것이 더 안정적이고 백성들의 지지를 얻기 쉬운 길이었습니다. 많은 신하들도 무리한 북벌에 반대했습니다. 전쟁의 피로를 줄이고 평화를 유지하는 것은 단기적으로 가장 합리적인 선택처럼 보였습니다.


   2) 장기적이고 어려운 선택 (利於無窮): 그러나 제갈량은 '한실부흥(漢室復興)'과 '천하통일'이라는 국가의 창업 이념을 저버릴 수 없었습니다. 그는 "공격이 최선의 방어"라고 판단했습니다. 가만히 있으면 결국 강대국 위나라에 의해 고사(枯死)할 것이라 내다보고, 끊임없이 위나라를 공격해 소모시키고 천하의 정세를 바꾸려 시도했습니다.


(2) 결단과 논평: 비록 북벌은 제갈량의 죽음으로 미완으로 끝났지만, 그의 선택은 '안락한 현상 유지'라는 달콤한 유혹을 뿌리치고, 국가의 존재 이유이자 대의명분이라는 '무궁한 이로움'을 향한 험난한 길이었습니다. 이는 결과의 성공 여부를 떠나, 리더가 가져야 할 역사적 소명 의식을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순간의 평안을 위해 대의를 저버리는 대신, 가능성이 희박하더라도 올바른 길을 끝까지 가고자 했던 그의 의지는 오늘날에도 깊은 울림을 줍니다.


♣ 종합 논평

결론적으로, 소설 《삼국지연의》에서 그려지는 제갈량의 위대함은 단지 신묘한 계책과 전략에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그는 사사로운 정이나 단기적인 인기를 과감히 버리고, 국가의 백년대계(百年大計)가 될 원칙과 대의를 위해 고통스러운 결정을 내렸던 인물이라는 점에서 더 큰 빛을 발합니다. 그의 '읍참마속'과 '북벌'은 순간의 박수갈채가 아닌, 역사의 평가를 더 중요하게 생각한 진정한 리더십의 본보기라 평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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